내 인생 첫번째 美 유학은 순도 100% 향토장학금(부모펀딩)으로 다녀왔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힘들게 번 돈이 아니여서 였을까.. 물 쓰듯 계산하지 않고 열심히 써 재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막상 두번째 유학을 내돈내산으로 가려니, 본의 아니게 10원짜리 한 장까지 계산하게 되는 희한한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새삼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단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몇 억을 쏟아부어 주신 몸뚱이로 여즉 캐쉬백 하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을 다시 한번 반성한다. 이번 투자가 큰 성과와 결실로 돌아오길 고대하며...
==Pre-Chk in USA==
*Round-way Air Ticket $1,050
*Housing(Master) $1,600
*Rental car $400
*Medical chk $175
*Wrt tests $350
*USA Domesitc Air Tickets $1,000
*Except for living expenditure & shopping amount
==Admission==
*International Education Evaluation $175
*International Documents Delivery Service $45*3= $135
*English Test Certificate $156
==Visa Issue==
*VISA SEVIS FEE $350
*VISA INTERVIEW FEE $160
(이전 4차례의 미국비자 발급이력으로 WAIVER를 받았으나 감액 따윈 없다. 23년 5월 30일 이후엔 $180불로 인상된다고 한다.)
물론, 영주권(그린카드)과 시민권이 가장 빠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한 대학이나 대학원의 OPT 제도를 통해서 생명연장을 하며 그 기간동안 H1B 스폰을 받는 방법을 모색해야하는 것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난 그 생명연장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학교 졸업 후, 최대 3년까지 OPT(1년)+ Extended OPT(2년 연장, STEM 전공 학생들만 해당) 합법적 미국 취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STEM이란 무엇인가? 단어가 포함 하는 뜻 그대로 과학 (Science), 기술 (Technology), 공학 (Engineering), 및 수학 (Mathematics) 를 이르는 말이다. 이 카테고리에 포함하는 전공을 하면 최대 3년까지 미국에서 학교 졸업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후기들을 읽어보니 개중엔 본인 생각대로 '이 전공을 하면 여기에 포함되는 거 아니야?' 하며 진학해 놓고 나중에서야 STEM 전공이 아님을 알고는 한국으로 울면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반대로 본인 전공이 STEM에 해당하는데 3년 까지 연장할 수 있는지도 모른 채 한국에 귀국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미유학까지 가는 똑똑하신 양반들께서 그러하다는 걸 믿을 수 없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나 역시 대학원을 알아보기 전까지 이런 제도가 있음을 전혀 몰랐다는 거..(자랑이다!) 나와 같은 무지한 사람들을 위해 적어본다. 내가 전공하려는 것이 STEM 전공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은 CIP Code를 확인하면 된다. 학교측으로 부터 I20를 받으면 MAJOR란에 내 전공의 CIP Code가 명시되어 있다. 이 코드번호를 저 위에 링크한 사이트에서 확인하면 된다. 매년 STEM 전공을 업데이트(추가확대)하고 있으므로 희망을 가지고 검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유학원을 통해 진학하시는 분들은 장사꾼 말만 무작정 믿지마시고 직접 다시한번 Double-chk 하시는 계기가 되시길 빈다.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OPT, CPT 쓰는 방법을 설명해 둔 블로그는 너무 많다. 하지만 자칫하면 운명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부분에 대한 확인 절차를 소개하고 있는 글은 거의 없는 듯하여 내가 한번 적어본다. 두 번째 유학이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비자를 재발급 받는 것부터 모든게 새롭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남긴 후기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나의 정보글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으면..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내게 학교진학을 통해 3년 간 합법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들려준 내 친구에게 감사인사를 해본다. 내가 만약 추후 미국에서 성공적 결과를 낸다면 그 공의 절반은 내 친구에게 있다고 말할 것이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바로 지금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새로 생긴 듀오링고 영어 테스트 라는 것으로 해외 대학과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공인영어성적을 대체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밀어부치느라 아무것도 모른 채 도전하게 되었다.(얼마나 무지했는지는 이전 글에서 확인 가능) 이 글을 우연히 검색해서 들어오신 분들도 다 비슷한 처지일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잘 있지도 않은 후기지만 매일 같이 '듀오링고 후기'라는 키워드로 열심히 검색해 보았기에.. 그나마 돌아다니는 카페 홍보용 간략 후기들을 보며, 상상의 점수를 만들어 잠시 행복함을 느꼈다가 때론 좌절감을 느꼈다가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래서 다음 듀오링고를 치루실 많은 유학 준비생들께 도움이 될까하고 간략히 적어본다.
1. 책은 살 필요가 없다. 유형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재판매도 어렵다. 학원이나 과외도 당연히 비추다.
2. Duolingo Teacher Luke 이라는 유튜버 영상만 보면 해결된다. 이건 내가 장담한다. 이 분이 운영하는 사이트도 볼 필요없다.
3. 템플릿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템플릿 없이 작문이 가능한 사람에 한해서다.
4. 어휘를 많이 알아야 고득점을 맞는 것에 유리하다. (이유는 5번)
5. #1~#5 섹션이 리스닝 단답형이거나 보카 선택형 문제인데 여기서 본인의 성적 범위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6. #1~#5에서 결정된 성적 범위 내에서 #6 섹션 이후의 작문 및 말하기 실력으로 정확한 최종 점수가 매겨진다. 성적표를 받아보면 내 실력 범위는 노란색으로 표기되고 정확한 성적 좌표는 오렌지색으로 찍혀 나온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납득할 수 없는 overall 점수가 나올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literacy와 comprehension 점수는 나와 동일하고 나머지 두 점수가 나보다 각각 10점씩 낮은 사람을 다른 블로그에서 발견했는데 총점은 나와 동일한 것을 보고 잠시 분노(?)하였다. 그리고 이것을 토대로 해석하자면 literacy와 comprehension인 이 두 영역만 고득점이면 사실상 나머지 두 영역은 크게 중요하지 않음을 몸소 증명하였다.
7. 일상 회화에 강한 사람은 23년 5월 부터 추가되는 interacting listening 영역에서 아주 유리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8. 점수화 되지 않던 샘플 스피킹이 5월 부터 성적에 반영되어 유감이다. 하지만 특별히 변경되는 내용은 아니니 부담갖지 말자. 샘플문제는 지원하는 학교에 제출되는 것인데 입학사정관에게 고스란히 내 실력을 보여주느니 차라리 성적에 포함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1차에 클리어하지 못하고 2번 시험을 보게 된 이유기도 하다. 첫번째 샘플 스피킹에서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하는 바람에 입학불허를 받거나 내 진짜 영어실력을 의심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9. 작문이나 받아쓰기에서 생각보다 콤마나 물음표가 중요한거 같다. 정성을 들이면 하늘이 알아봐주는 것 같다.
10. 실력이 출중할수록 문제가 어려워 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문제가 어려워지면 너무 당황스러워서 중도포기하고 싶을 것이다. 시험도중 2회까지 크레딧 차감없이 중도포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 역시 포기한 적이 있다. 인터넷을 뒤지다보면 포기하지말라는 후기를 종종 볼 수 있을 것인데 나는 포기하는 것을 적극 권한다. Adaptive 출제라서 그런지 몰라도(계정을 인식하는 듯), 포기하고 다시 트라이하면 난이도가 살짝 내려가 있어서 부담이 덜 했고 비교적 수월히 대응할 수 있는 문제들이 나와 주었다.
11. 그럼 성적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냐 걱정할 수도 있는데, 2회 시험을 치룬 결과 절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려워진 문제를 야무지게 못 풀면 난이도가 극하강 하면서 점수도 비례적으로 처참히 낮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도 포기 후, 평이한 문제를 새로 받아 잘 대응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점수가 높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1차 시험을 치룬 후 엄청나게 들떠 있었는데 결과 확인 후 맛본 그 좌절감과 배신감은 말도 못한다.
12. listen & Select 맞는 어휘 듣고 고르기가 없어졌다고 슬퍼하지 말지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미국식(이라 쓰고 캘리포니아 영어) 발음은 거의 나오지 않아서 고통받은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다. 캘리포니아 유학파라는 핑계거리가 충분했던, 그리고 너무나도 난해한 파트라고 생각하며 5월 변경될 시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떨결에 희망점수를 받게 되어 이런 후기를 남기고 있다.
13. 모든 유튜버 후기는 가려 들어야 한다. 무슨 소린고 하면, 보고 읽기 및 스피킹 부분에서 연음으로 약간 빠르게 자연스럽게 말하라는 선생이 있고,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야 ai가 인식을 잘해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선생이 있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후자가 더 설득력 있어 보여서 천천히 또박또박 발음하여 시험을 치뤘다. (본인이 내돈내산으로 시험을 수 회 봤다고 홍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유튜버들과 다르게 본인 커리어를 대문짝 만하게 걸어놓고 영업을 하는데 본투비 영어선생은 아니고 그냥 해외 노동자출신 뿐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영어선생들처럼 발음이 스무스하지 않고 티칭을 하면서도 버겁게 이어 나가는게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다.) 결론만 말하자면, 교수법도 모르는 그냥 외국물 좀 먹은 인간 말은 절대 믿지 말아야 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내돈내산으로 비법 전수를 해준다는 것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도 미국물 먹었는데 첫 점수를 보고 자존심 너무 상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빨리 연음내어 말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14. 계정 차단에 대해 겁을 주는 후기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유튜버들이 많다. 하지만 정말 누가봐도 티나게 의심할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절대 당하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나는 눈을 많이 굴리기도 했고 당연히 다른 곳을 쳐다 보기도 했으며 심지어 리슨앤셀렉 땐 생소한 발음 때문에 너무 고통을 받았던지라 더 정확히 듣고 싶어서 컴 가까이 얼굴을 갖다 대는 건 당연했고, 화면에서 벗어날 정도로 몸을 움직이기도 했다.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표정부터 몸까지 베베 꼬여서 한숨도 여러번 쉬고 혼잣말도 하고 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기도 했으며 독해 문제(빈칸 채우기) 때는 아예 턱을 괴고 시험을 봤다. 하지만 인증을 받았다. 내가 이정도로 했는데도 인증이 잘 된 것을 보면, 차단되어 혹은 미인증되어 억울하다고 글 올리는 분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게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도둑이 자기 스스로 '나 도둑이요'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듀오링고 Ai는 소문과 달리 아량이 넓은 것으로 판단된다.
2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하기기 바로 전날 밤이다. 대학원 입시 서류 중 유일하게 처리하지 못한 영어성적, 미국가기 전 해치울 요량에 새벽 1시 비장히 결제를 하였다. '나가 말이여~ 미국에서 전문직 자격까지 딴 사람인데 점수가 안나오겠어' 라는 무대뽀 스피릿으로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연습문제만 달랑 한번 풀어본 후, 예상점수를 보고 '음.. 난 합격!' 하고 아무 생각없이 시험을 보기로 마음 먹었더랬다.
그렇게 연습문제를 자정 경부터 열심히 풀고 뿌듯해하며 결투를 신청했는데, 맥북 이거 왜 때문에 마이크가 작동되질 않는거죠? 마이크 인식 부분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 아주 살포시 음성 반영이 되는 듯 하였으나 목소리를 아무리 내어도 음성인식이 전혀 되질 않았다. 김이 쭉 빠지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나는 내일 출국인 상황. 컴퓨터와 씨름을 하다가 블로그 후기며 구글링이며 온갖 웹사이트를 뒤져서 마이크 인식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라는대로 다 해도 먹통이었다. 이 시험은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절대 사용할 수 없다.(나중에 후기들을 찾아보며 알게 되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덤빈 막무가내 였음을 다시한번 반성한다.) 그렇다고해서 그 새벽에 데스크탑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데스크탑을 사용하려면 캠이 있어야 하고, 또 헤드셋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이크를 별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맙소사! 준비되지 않은 자, 하늘이 이렇게 크게 벌하시는구나..' 하고 크게 자책하였다.
그렇게 나는 죄를 뉘우치며 그 새벽에 후기들을 찾기 시작했고, 듀오링고를 보았던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기로 마음 먹은 결과.. 출국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핀 마이크를 사기 위해 다이소를 찾았다. 구매 후 뿌듯함을 느끼며 미국행 캐리어에 보탰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행복회로였을 뿐,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약 일주일 간의 시차적응 및 지인 친구들과의 만남 파티 등으로 소중한 시간을 대책 없이 소요한 뒤, 미국 도착 일주일 만에 나는 다시 맥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용감하게 마이크를 촥촥 뜯어 장착한 후 시험시작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장치세팅 순서에서 또 리젝을 당하고 말았다. 데스크탑을 사용할 때만 마이크가 사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넷북의 마이크 단자는 헤드셋 단자와 동일 했기 때문에..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에 좌절감이 한없이 밀려 왔다. '그럼 난 시험을 못보는 것인가? 죽었다 깨어나도 미국에서 미리 영어시험을 치루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두려움 반 초초함 반의 반반무마니 카오스가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하나마나였지만 컴퓨터 환경설정에 들어가 세팅을 전부 다시 점검하고 마이크 인식 부분도 손으로 계속 툭툭 쳐보면서 맥북녀석과 그렇게 또 씨름을 한참 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발견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하늘은 날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ㅂㅅ같은 블로그 글을 보게 되었다. 사실 한국에서의 첫 시도 실패 후 스치듯 보았던 블로그이긴 한데, 너무 황당무계한 해결방법이라 무시했던 글이었다. 하지만 2차 실패를 하자, 말도 안되는 글도 차근차근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해당 글의 마이크 해결방법은 즉, 마이크 인식 구멍을 얇은 옷핀으로 쑤셔서 먼지를 기기 안으로 밀어 넣으라는 것이었다. 먼지가 구멍으로 들어가서 인식이 안되는거라나 뭐라나.. 구멍을 뚫는것 까지 좋다 이거야, 근데 그걸 밖으로 빼내지 못하고 밀어 넣으라니.. 컴퓨터의 운명이 두려워 시도하길 여러 번 망설인 끝에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내 처지에 더 이상 가릴 것이 없다 판단되어 과감히 구멍을 찔러보았다. 그리고 테스트 결과, 세상에! 정말 범인은 먼지였다. 넷북 마이크 인식 안돼서 듀오링고 못 보고 계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보고 반드시 광명을 찾기 바란다.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내가 이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를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사실 첫 미국 유학시절 가장 의미있던 나의 청춘 한가운데의 시간을 기록하지 못한데 있다. 본의 아니게 원치 않던(?) 제 2차 미국 유학을 준비하면서 그 한을 풀어보고자 한다. 내가 보유한 생각이나 정보들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면 조금이나마 뜻 깊겠다는 의미도 살짝 보태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주 쓰던 일기의 공백이, 그리고 수많은 메모리들을 특별히 간직할 수 있었던 지난 과거 유학시절을 다시 들여다 볼수 없다는 것이 나를 너무 슬프게 했다. 고작해야 캘린더를 보고 그 때의 장면을 잠시 회상할 뿐이었다. 그나마 기억력이 조금 좋은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물론 무드셀라증후군이 더해져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지긋지긋하고 정말 지옥 같았던 곳, 내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닉네임 "애증의 나라", 미국!
5년 만에 그 곳을 또 제 발로 찾아가는 만행을 저지르는 중이다.
작년 여름, 엄마가 의자에서 발을 헛딛으시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까지 하시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약 두달 간 집안일과 병원 심부름을 도맡으며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더랬다. 코로나 덕(?)에 가족의 간병은 커녕 병실 출입조차 되지 않아 마음은 불편했지만 몸은 편하고 한가로웠기 때문에 그 계기로 내 미래를 다시한번 생각하고 나를 점검할 수 있었다.
평소 자기검열이 심한 나는 이대로 살다간 안될 것 같다는 위협감이 들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억대 이상이 드는 학업에 투자하고 시간을 들여 어렵게 전문직이 되었건만, 해당 라이선스를 원하는 곳에서 써먹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가 한심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 기간엔 내 전문자격을 높이 사준 국가기관에서 약 2년 간 근무하며 약 6개의 자격증을 취득했고(물론, 내 전문성과 동떨어진 그러나 어떻게든 연관 지어보고 싶은) 또 관련 업무의 탑스쿨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 곳에서 만난 현직들을 보며 너무 부러웠고 또 한편으론 내가 라이선스 보유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황송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나의 루트로 돌아가자니 지금이 아니면 너무 늦어버려 영영 제자리로 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이번이 마지막 일 것 같다는 생각이 엄습해오면서 22년 가을깨 부터 마음이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대학원 졸업은 아직 1년은 더 남아, 왜 1년 더 일찍 지원하지 않았는지, 빨리 서두르지 못한 내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다 미국 유학시절 홍콩친구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연락하였더니, STEM에 해당하는 이공계열로 대학원을 오면 워크퍼밋이 3년까지 나와서 본인은 합법적 노동을 위해 다시 제 2의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하는 말.. "너 지금 한국에서 뭐해? 남들 다 와서 기회를 누리고 있는데? 한국 사람도 엄청 많아! 그리고 너 오면 인기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운명의 상대도 만날 수 있을껄~?" 이라는 것이다. '음.. 나 미국까지 안가도 한국에서도 인기 많단다, 친구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머리를 띵~하고 울리는 3년 OPT 소식에 침대에 누워 곧바로 대학원에 문의를 넣었던 것 같다.
나는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 편입을 해야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이것저것 질문 폭탄을 쏟아냈더니 학교에서는 나를 지금 당장이라도 갈 생각이 있는 포텐셜 학생으로 분류했는지 어플리케이션 waiver code와 질의응답 세션 스케줄링 캘린더를 보내왔다. 이것이 바로 지원을 포기하게 끔 만든 일등공신이기도 했는데.. 학교 측 왈, "넌 질문이 너무 많으니 이메일은 안된다. 전화통화나 화상채팅으로 입학관리처와 컨퍼런스세션을 하자."는 것이었다. 더불어 보내 온 지원 Requirements를 보아하니 영어성적을 비롯하여 이것저것 너무 준비할 것이 많았고, 대학부터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원까지 모든 성적과 증명서들을 국제공인 인증기관에 보내 공증을 받아야 하는 등 입시요강을 보기만 해도 질려 버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가장 가까운 학기를 도전하기엔 내가 해낼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과거 나의 미국인 스승이 대학원 편입해서 다시 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나는 이미 그런 계획을 가지고 트라이했던 흔적을 캡쳐해 보내며 너무 복잡하고 다음학기를 준비하기엔 이미 늦은것 같아서 지금 이런거 할 때가 아닌거 같다고 딱 잘라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참 바보 같았다. 그게 22년 11월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12월이 되었고 나는 미국 대학원은 잊은 채, 2학기 기말고사에서 올 A+을 맞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결국 올에이뿔을 받아냈다.) 그리고 골프에 미친자 엄동설한에 동료(라 부르지만 엄연한 현직 선배)들과 필드에 나갔고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골프 연습장도 다녔다. 내 22년 하반기는 골프를 빼면 설명이 안될 정도였다. 오죽하면 부모님이 기왕이면 이렇게 좋아하게 된 김에 프로선수를 준비하라고 했을까..(근데 지금은 정말 이게 꿈이 됨;;)
그렇게 기말고사가 마무리 되고 대학원 방학이 찾아왔고 현직 동료들의 스케줄이 점점 회복되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미국으로 취업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회사도 그만 둔 상태였다.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사실 취업이 확정되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 맞지만 내 펄스널 루틴상 저지르고 수습하는 경우가 많아서 말보다 행동이 먼저 앞섰고 사실 현직에 있지도 않은 나를 고용해 줄 미국인은 당연히 없을 것이기에 무작정 미국을 쳐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게 올 1월 초이다. 나는 어차피 1년 중 절반은 합법적으로 체류가 가능한 퍼머넌트 비자가 있기에 6개월 안에만 잡을 구하면 된다는 무대뽀 정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6개월 티켓을 무작정 끊었다. (이게 나중엔 2개월로 바뀌는 마법이 이루어졌다.)
그 와중, 직장도 없고 학교도 방학한 한량이 된 나.. 플로리다에 사는 그 홍콩친구와 밤낮으로 iMessage를 주고 받으며 알게 된 사실. 대학원 입학에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 영어점수인 토플 아이엘츠 지알이 등을 대체할 '코로나 특수' 영어시험이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미국 유학을 꿈꾸며 토플 때문에 핍박 받았던 나.. 그걸 다시 하기 싫어서 어쩌면 복잡한 일이라 회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듀오링고라는 생소한 이 시험은 집에서 혼자 치루고 결과가 무려 이틀이면 나온다는 것이 나를 다시 흔들었다. 그렇게 희망의 불씨가 지펴지던 1월 초.. 일단 미국에 가는 것은 항공 티케팅으로 확정이 난 상태였기에, 그렇담 영어성적은 보류하고 나머지 절차라도 빨리 컨펌해봐야겠다는 의지로 학교에 하루가 멀다하고 문의를 넣었다. 대학원 편입으로도 일반 입학생처럼 3년 OPT를 받을 수 있는지 그것이 관건이었기에, 학점 인정을 비롯하여 부가질문이 너무너무 많았다. 시차에 맞추어 이메일 보내기와 더불어 콜링세션을 통해 다음학기 입학을 밀어부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발등에 불떨어진 느낌을 입학관리처 담당자에게 까지 고스란히 전달했던 것 같다. 미국 행정이 엄청나게 느린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데 나의 요청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답변을 잘 주셨고 또 응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하다.
그렇게 23년 1월 중순이 되었고 나는 갑자기 다음 학기에 진학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생겨 그때부터 총력을 다해 모든 서류 준비에 돌입했다. 졸업한 학교와 재학중인 학교의 증명서도 국제공인기관에 보내면서 약 30만원 넘게 지원 서류 준비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 존재하지도 않는 유행병, 홍역볼거리풍진(MMR)에 대한 감염주사도 맞게 되었다. 어릴 때 2차까지 접종을 하였지만 예전 전산기록이 남아있질 않아, 이 나이에 또 맞게 되어 유감이다.(접종간격 때문에 그 2차는 오늘에서야 맞았다.)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 고작 서류 준비하면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공인기관 및 학교에 서류별로 더블체크를 하느라 시차에 맞추어 거의 한달 간 밤을 샜기에 엄청 예민하기도 했다. 그렇게 2월 초, 모든 증명서 공증작업이 끝났고 공인영어성적을 제외한 나머지 입학 서류를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처리하였다. 불도저 같은 내 성미, 이럴 땐 칭찬해주고 싶다.
난 그렇게 90% 이상의 대학원 입학절차를 마치곤, 예정대로 2월 중순 미국으로 떠났다. 영어시험은 48시간이면 아무때나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놀라운 배짱으로 안일함을 가지고 말이다. '명색이 미국 유학파 전문직인데' 라는 건방진 마음이 날 두달 간 힘들게 할 줄은 꿈에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