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어제 비행했던 사람처럼 내 집처럼 편~안한 것이 난 천상 Cockpit 체질인가 보다. 잠깐의 셀프자랑타임을 갖자면, 음.. 인스트럭터도 놀란 내 비행실력이지 뭐겠어!? ㅎㅎ 내가 비행 전 몇 번 만났을 때, 아마 정말 못할거니 잘 부탁한다며 뇌물(?)공세도 하고 연신 겁을 줘서 '저 사람 정말 비행을 못하는 사람인가?' 하고 많이 불안했다고 한다. 기대가 전혀 없었던 덕인지, 나보고 최근 비행한 사람 같다고 나름 플레인한 칭찬을 했다. 그래서 기분이다~하고 팁도 30% 더 챙겨줬다. 역시 알차게 돈 쓸 때가 제일 기분이 좋네!
5년 동안 요크를 잡아본 적이 없으니, 나도 나를 믿지 못한 건 사실이니까 최대한 기대치를 낮출 수 밖에.. Flight Reivew를 끝내니 속이 다 후련하다. 하나의 복병은, 상공에 있을 땐 그저 좋았는데 그라운드에 내려오니 그 때부터 두통이 찾아왔다는거다. 집에 오면 바로 쓰러질 줄 알았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서 약먹고 누웠다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내 일대기 기록의 스타트를 끊어본다.
첫 유학시절 일기를 쓰지 않아(정말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데, 이번 두번 째 유학은 야무지게 내 발자취를 남겨보고자 한다. 최근들어 왠지 모르게 주변에 나를 도와주려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모두 하늘의 뜻대로 이루어 지는 기분이다. 사랑받는 만큼 나도 베푸는 날이 오길 고대해본다. 그리고 그 영광의 순간의 출발선이 지금이었다고 다시금 회상할 날이 머지 않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리고 내가 다시 비행 시작한 이 날을 함께 축하해주며 응원해 준, 나의 파일럿 가족들! 모두 사랑하고 보고싶다.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줄줄나는 요즘이다. 이렇게 까지 힘들었을 때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두 달 전만 해도 신나서 집에서 춤추고 난리였는데 사람일 한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요즘의 나를 두고 나온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남들은 여행으로 간다는 미국을 제 집 드나들 듯 누비며 2월~3월은 공부와 캠퍼스 투어하러 다니기 바빴고, 돌덩이가 가슴에 짓눌린 채 한국에 잠시 돌아와 파이널 어드미션을 받기 전까지 약 1주 간 최고의 압박을 성공적으로 이겨냈다고 생각했으나 그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4월 대학원 최종입학허가서를 받고 왠지 모를 자존감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며 쾌감을 느낀 것도 잠시.. 하늘로 솟았던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현재 우울증 중증 현상을 겪고 있다.
간헐적으로 있는 골프치러 그린 나가는 것을 제외하곤 정말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사람과의 접촉도 피하고 있다. 마음이 우울해지니 모든 사람들과의 대면을 피하고 싶다. 집에 홀로 있으면서 얼마든지 일탈을 꿈꿀 수 있었지만 일탈은 커녕 집 밖에 잠깐 나가는 일도 큰 일이 되어 버렸다.
불행 중 다행은, 플로리다에 사는 친구가 스쿨 어드바이져에게 나의 어려움을 전했고 본의 아니게 일부 해갈되는 답변을 받았다. 그 답변을 CC로 전달 받은 입학관리처에서는 나에게 플로리다 캠퍼스로 i20 재발급하겠다 즉답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전 학교 동문들과의 조우가 끔찍히 싫기도 하고 가십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난 또 극적인 기회를 홀딩 시켜버렸다.
텍사스와 애리조나의 정보검색으로 최종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데, 정말이지 꼼짝도 하기 싫다. 현실 부정 및 이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미국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차단한 채, 할 일들을 뒤로 계속 미루며 다른 분야를 탐닉하는 등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일종의 도피기제가 발동했나보다. 다시 일어나서 운동하고 정리하고 또 나태해진 나를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러고 있을 수록 나의 삶은 더 미궁으로 빠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스스로에게 힘을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잘 될거다. 걱정말자.
겨우 겨우 몇 주만에 의사결정을 하고, 다시 나아갈 마음 준비를 했는데 또 다른 장벽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한국사람으로서 속터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없던 홧병이 생길 지경..
미국 유학시절 웹사이트 패스워드를 잃어버리면 한국처럼 인증 시스템 같은 것이 갖추어지지 않아서 직접 전화해야만 했고 그 와중 사람이 구도로 불러주는 임시 패스워드를 받아 시스템 재시작을 해야만 했다. 세계 최대 강국이라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맞는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었는데 미국 비자를 받으려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 또한 만만찮게 황당하다.
미국 비자 거절의 아픔을 한차례 겪고 패닉상태에 빠져 근 한달 간을 은신하고 고심하다가, 굳게 마음먹고 어제 비자 인터뷰 예약을 시도했다. 다음 학기가 8월이어서 여유있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그러니까.. 22년 겨울 요상한 룰이 생겼다고 한다. 왜 나는 꼭 이렇게 당하고나서야 아는 걸까. 도대체 하늘이 나에게 무슨 메시지를 주고 싶은 건지 계속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이다.
비자 거절을 한 차례 받으면 코 앞에 스케줄이 가능한 날짜가 있어도 Regular 예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재인터뷰자는 하루에 단 한명씩 받게 되어 캘린더 부킹이 완료되면 나는 한없이 뒤에 스케줄링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맙소사.. 8월 7일 개강을 앞둔 나는 8월 3일이 가장 빠른 인터뷰 가능 날짜인 것을 그제에서야 안 것이다.
사실 엄마아빠가 여행을 약 2주 간 가시는데, 내가 또 미국을 나가면 언제 함께 시간을 보낼 지 모른다며 함께 가자고 하셨지만 나는 한 차례 우울한 상황에 맞딱뜨려 여행 따위를 즐길 여유가 되지 않아 집에 있겠다고 했고, 말 그대로 나는 그 간 집에서 이런저런 고민만 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더 우울한 시간을 보냈기에 이런 참담한 결과가 믿어지지 않을 뿐이었다. 이틀 뒤 부모님이 돌아오신다고 하여 그 전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모든 업무수습을 해 놓으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또 한차례의 폭풍전야가 펼쳐졌다. 비자 스케줄은 2차례 변경이 가능하여 여러번 새로고침 하면서 다른 지원자의 캔슬 일정이 나오면 재예약이 가능한데, 이것이 나의 발목을 또 잡을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몇 차례인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러차례 일정조회를 하거나 새로고침을 하면 '의심스러운 접속'으로 간주해 계정이 정지 된다는 것이다. 갑자기 비자 예약 사이트 접속이 안되길래 구글링 해보았더니 이런 룰이 생겼다고..
첫째, 기필코 8월 7일 다음학기에는 입학하자는 일념 하나로 무리하게 일정을 조회한 내 탓.. 둘째, 부모님이 여행가셨을 때 바로 처리했더라면 8월이 아닌 7월 스케줄링이 가능했지 않았을까, 늑장부린 내 탓.. 셋째, 차라리 5월 입학을 기다리며 미국을 나가지 말고 한국에서 천천히 준비하며 기다릴 걸, 서둘렀던 내 탓.. 모두 내 탓이오.
비자 발급 하나가 차질을 빚으면서 손해 본 것이 한 두개가 아니며 한두 푼이 아니다. 재극인의 계묘년, 너무 힘들다.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이 크다고 하지만, 알고 당해도 가슴을 무거운 돌덩이로 짓누르 듯 답답하고 숨을 쉬기가 힘들다. 주체할 수 없는 억울함을 승화하고자 매일 덤벨을 양손에 들고 한시간씩 걷는데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어제는 아침 8시 반에 정상적으로 눈이 떠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가 않아, 억지로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오후 4시에 일어나 하루종일 멍하니 누워있다가 운동을 하니 하루가 저물어버렸다. 근 3주 간 차에 시동도 걸어 주지 못하고 히키코모리 처럼 방구석에 누워 내 처지를 비관하고만 있다. 내일 부모님이 복귀하신다고 하여 겨우 몸을 일으켜 그 동안 쌓인 쓰레기 분리수거를 했고 오랫동안 세워 둔 붕붕이도 방전될까봐 시동도 잠시 걸어주고 왔다. 다시 일어나야 하는데 이제 뭐부터 해야할 지 모르겠다. 어제 그렇게 비자 인터뷰 예약 사이트에서 72시간 로그인 정지를 당하고, 급한 마음에 다다음 학기로 입학을 Defer 시켜달라고 요청을 했다. 감사하게도 출장 중인 입학관리처장에게서 그리 해 주겠노라고 답변을 받았다. 여러가지 이슈로 그들을 귀찮게 해서 너무 송구할 따름이다.
내가 다시 미국을 다시 가야 하는데 갈 수 있을지, 그리고 가기 전 공백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 큰 숙제와 산이 내 앞에 우뚝 서 있다. 나는 이미 퍼머넌트 비자가 있기 때문에, 이번 대학원을 진학하지 못하더라도 기필코 비자 발급에 성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대로 멈춰버리면 나는 평생 죽을 때까지 미국에 여행도 못가고 기존에 있던 비자마저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이 내게 주실 어떤 메시지 때문에 지금 홀딩 되어있는지는 몰라도, 비자 발급 성공만은 반드시 이루어지길 기도해 본다.
Will see what happening for me while I'm waiting for the date of a visa issue!
나와 동생에겐 어버이 날이 참 무색하기 그지 없는 날 중 하나다. 올 5월 8일엔 아빠가 출장기간이셔서 부모님 두 분이 모두 계실 때 효도를 하고 싶었고, 또 할 계획이었으나 곧 아무 의미 없는 생각에 불과했음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부모님께 뭐 하나 해드리는 것(내 주머니의 돈을 써서 이벤트를 하는 것)은 이번 년 뿐만 아니라 평생 의미가 없는 것이었고, 간혹 퍼포먼스로 남들 다 하는 머니박스 돈 두루마리 쇼나 신상 스마트폰, 넷북, 아이패드 사드리기 정도가 전부 였는데 그 마저도 사드린 것이 무색할 만큼 곧 몇 배로 뻥튀기 되어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내 친구랑 언제 한번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부모가 돈이 많은데 자식이 코 묻은 돈 몇푼 드린다고 고마워 할 것 같냐고.. 그렇다. 사실이다. 뭐 엄청난 재벌은 아니여도 내가 돈을 드리거나 돈을 써서 선물을 하면 항상 마음 아파하시며 '니가 돈이 어딨다고, 벼룩의 간을 빼먹지.' 라며 웃으셨다. 오늘도 호텔 부페를 갔는데 내가 돈을 내겠다고 하니 '너 유학 가면 우리가 돈을 좀 보태줄 생각인데, 그 돈 안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해라.'는 것이다. 내가 번 돈 만으론 미국가서 거지 꼴로 살 것 같다며, 팔려고 매물로 내놓은 내 붕붕이도 아빠가 웃돈 주고 세컨카로 거두어 주신다고 했다.
정말 감사하다. 근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부모님께 효도란? 말 잘 듣고(나이는 많지만 부모님껜 아직 초딩이다), 내 앞가림 잘하는 거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앞가림 하고 잘 살았지만 미국에서 몸값을 더 올려서 그냥 잘 사는거 말고 아주 잘 살고 싶다. 울 엄마아빤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어서 참 좋겠다. 인간적으로 부럽다. 부모님 없는 세상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걸, 부모님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란 걸 최근에야 깨닫고 내 미래가 너무 두려워 난 또 유학을 간다.
비싼 차 살 돈은 있어도 유지비 무서워 곧 죽어도 비싼 차는 안 사시겠다는 울 아빠.. 내가 유지비까지 내 드리면서 비싼 차 운용할 수 있게끔 하루속히 레벨업을 해야겠다. 부동산을 사드리거나 그 동안 키워주시고 유학 보내주신 거금을 되갚을 순 없으니.. 고오급 차라도 마음 껏 모시라고 선물해드릴 날이 꼭 오면 좋겠다.